무엇이 ‘확정’되는 제도인지만 알면 두 유형이 한 번에 정리됩니다

DC형은 ‘확정기여형’의 줄임말로, 회사가 낼 부담금이 미리 확정된 제도입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회사는 매년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근로자 계좌에 넣고, 그 돈을 굴리는 일은 근로자 본인이 합니다. 반대로 DB형은 받을 금액이 미리 확정된 제도입니다.
DB와 DC라는 알파벳이 헷갈리는 이유는 대개 번역된 이름 때문입니다. 확정급여형, 확정기여형이라는 말이 둘 다 비슷하게 들려서 어느 쪽이 무엇이었는지 매번 다시 찾게 됩니다.
그런데 기준은 딱 하나입니다. 무엇이 확정되어 있는가. 받을 돈이 확정되어 있으면 DB, 넣을 돈이 확정되어 있으면 DC입니다. 이 문장 하나만 붙잡으면 나머지 차이는 전부 여기서 따라 나옵니다.
- DC형이란 무엇인가 — ‘기여’가 확정된다는 뜻
- DB형은 무엇이 다른가
- 한 장으로 보는 비교
- 어느 쪽이 유리한지 따질 때의 기준
- 내 유형을 확인하는 방법
DC형이란 무엇인가 — ‘기여’가 확정된다는 뜻
DC는 Defined Contribution, 우리말로는 확정기여형입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조 제9호는 이를 “고용주가 납입할 부담금이 사전에 확정된 퇴직연금제도”로 정의합니다. 여기서 ‘기여(Contribution)’가 바로 회사가 넣는 부담금을 가리킵니다.
얼마를 넣나
같은 법 제19조에 따라 사용자는 매년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부담금으로 납입해야 합니다. 12분의 1이라는 숫자가 낯설 수 있는데, 대략 한 달치 임금에 해당한다고 보면 감이 잡힙니다.
누가 굴리나
여기가 DC형의 핵심입니다. 회사가 돈을 넣는 것으로 회사의 책임은 끝나고, 그 뒤 적립금 운용은 근로자 본인이 합니다. 예금 같은 원리금보장 상품에 둘 수도 있고 펀드 등으로 운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결과가 사람마다 달라집니다. 운용이 잘되면 최종 수령액이 늘고, 손실이 나면 줄어듭니다. 회사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DB형과 갈리는 지점입니다.
본인이 더 넣을 수도 있습니다
DC형 계좌에는 근로자가 추가로 부담금을 납입할 수 있습니다. 회사 부담금과 별개로 본인 돈을 더 넣어 노후 자금을 키우는 방식입니다. DB형에는 이런 통로가 없으므로, 재직 중에 퇴직연금 계좌를 직접 키울 수 있다는 점은 DC형만의 특징입니다.
정리하면 DC형에서 회사가 약속하는 것은 금액이 아니라 납입입니다. “얼마를 주겠다”가 아니라 “매년 얼마를 넣겠다”는 약속이고, 그 뒤의 결과는 근로자 쪽에 놓입니다. 이름에 들어 있는 ‘기여’라는 단어가 바로 이 약속의 대상을 가리킵니다.

DB형은 무엇이 다른가
DB는 Defined Benefit, 확정급여형입니다. 같은 법 제2조 제8호는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을 퇴직급여가 사전에 확정된 퇴직연금제도”로 정의합니다. 이번에는 ‘급여(Benefit)’, 즉 받을 돈이 확정됩니다.
회사가 부담금을 적립해 회사 책임으로 운용하고, 운용 결과가 좋든 나쁘든 근로자는 미리 정해진 수준의 급여를 받습니다. 운용 성과가 좋으면 회사의 부담이 줄고, 나쁘면 회사가 더 채워 넣어야 합니다. 즉 운용 위험을 회사가 집니다.
급여 수준의 기준선은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의 평균임금 이상입니다. 전통적인 퇴직금 계산 방식과 같은 뼈대로, 실무적으로는 퇴직 직전 평균임금 × 근속연수에 가까운 형태가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 하나
DB형은 퇴직 시점의 임금이 계산에 크게 작용합니다. 근속이 길고 승진·임금 인상이 꾸준했다면 마지막 임금이 전체 근속연수에 곱해지는 구조라 유리하게 작동합니다.
반면 DC형은 매년 그해의 임금을 기준으로 그때그때 적립됩니다. 나중에 임금이 올라도 과거에 적립된 금액이 소급해서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대신 그 돈이 일찍 들어가 있는 만큼 운용할 시간이 길어집니다.
한 장으로 보는 비교
| 구분 | DB형(확정급여형) | DC형(확정기여형) |
|---|---|---|
| 확정되는 것 | 받을 급여 | 회사가 낼 부담금 |
| 근거 조문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조 제8호 | 같은 법 제2조 제9호, 제19조 |
| 적립 기준 | 계속근로기간 1년당 30일분 평균임금 이상 | 매년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 |
| 운용 주체 | 회사(사용자) | 근로자 본인 |
| 운용 손익 귀속 | 회사 | 근로자 |
| 임금 상승 반영 | 퇴직 시점 임금이 전 근속에 반영 | 해당 연도 임금만 그해 적립분에 반영 |
| 근로자 추가납입 | 해당 없음 | 가능 |
표의 마지막 세 줄이 실제 체감 차이를 만듭니다. 특히 ‘임금 상승 반영’ 줄은 두 제도의 성격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항목입니다.

혼합형도 있습니다
회사가 DB와 DC 두 제도를 함께 설정하고, 근로자가 일정 비율로 나눠 가입하는 혼합형도 가능합니다. 이 경우 DB 비율에 해당하는 부담금은 회사가, DC 비율에 해당하는 부담금은 근로자가 운용합니다.
IRP는 또 무엇인가
IRP(개인형퇴직연금)는 DB·DC와 층이 다른 개념입니다. 같은 법 제24조에 따른 제도로, 근로자가 직장을 옮기거나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급여를 본인 계좌에 적립해 노후 재원으로 활용하는 계좌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DB와 DC는 재직 중 회사를 통해 운영되는 제도이고, IRP는 퇴직급여가 옮겨 담기는 개인 계좌입니다. 그래서 “나는 DC형인가 IRP인가”라는 질문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DC형으로 쌓다가 퇴직하면서 IRP로 옮기는 흐름이 일반적입니다.
IRP는 퇴직급여를 받는 그릇으로만 쓰이지 않습니다. 재직 중에도 본인이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는 계좌라, 회사 제도와 무관하게 개인이 따로 열어 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DC형 가입자가 IRP를 함께 가지고 있는 상황이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 유리한지 따질 때의 기준
“그래서 DB가 나아요, DC가 나아요?”라는 질문에는 하나의 답이 없습니다. 다만 무엇을 비교해야 하는지는 분명합니다. 두 제도를 가르는 축은 결국 임금 상승률과 운용 수익률 중 어느 쪽이 더 높은가입니다.

DB형이 힘을 발휘하는 조건
DB형은 퇴직 시점의 평균임금이 전체 근속연수에 곱해지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임금이 꾸준히 오르고 한 회사에 오래 다니는 경우 유리하게 작동합니다. 승진이 예정되어 있거나 호봉제처럼 근속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구조라면 이 효과가 큽니다.
DC형이 힘을 발휘하는 조건
DC형은 매년 적립되고 그 시점부터 운용됩니다. 따라서 임금 상승이 완만하거나, 운용에 관심이 있고 시간이 충분히 남은 경우에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임금 피크제처럼 후반부에 임금이 낮아지는 구조에서는 DC형이 그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도 자주 언급됩니다.
다만 단정할 수 없는 이유
운용 수익률은 미리 알 수 없고, 앞으로의 임금 인상 역시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두 변수 모두 예측 영역이라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미리 확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 선택은 유불리 계산보다 “내가 운용에 관여할 의사와 여력이 있는가”라는 현실적인 질문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덧붙이면, 대부분의 근로자에게 이 선택권 자체가 없습니다. 제도 유형은 회사의 퇴직연금 규약으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불리를 따지기 전에 내 제도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내 유형을 확인하는 방법
본인 유형은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빠릅니다.
- 운용 상품을 고른 기억이 있는지 떠올려 봅니다. 입사 후 예금·펀드 중에서 선택하라는 안내를 받고 직접 골랐다면 DC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DB형은 근로자가 상품을 고를 일이 없습니다.
- 회사 인사·총무 부서에 확인합니다. 가장 확실합니다. 퇴직연금 규약에 제도 유형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 퇴직연금사업자(금융회사)에서 확인합니다. 회사가 계약한 금융회사 앱이나 고객센터에서 본인 제도 유형과 적립금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서 확인합니다. 여러 회사를 거쳤다면 제도별 적립 현황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자주 나오는 질문 두 가지
Q. 내가 원하면 DB에서 DC로 바꿀 수 있나요?
제도 변경은 개인이 임의로 결정하는 사안이 아니라 회사의 퇴직연금 규약에 따릅니다. 회사가 두 제도를 모두 운영하는 경우에만 전환이나 선택의 여지가 생기므로, 인사 부서에 규약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Q. 회사를 옮기면 기존 적립금은 어떻게 되나요?
퇴직할 때 지급되는 퇴직급여는 원칙적으로 개인형 IRP 계좌로 이전됩니다. 이전 회사의 제도가 DB형이었든 DC형이었든, 옮겨진 뒤 그 돈을 어떻게 운용할지는 본인이 정하게 됩니다.
유형별로 오늘 할 일
DC형이라면 — 오늘은 계좌의 현재 운용 상품이 무엇인지만 확인하세요. 별도 지시를 한 적이 없으면 대체로 원리금보장형 등 기본 운용 방법에 머무르게 되는데, 손실 위험은 낮지만 그만큼 굴러가지도 않습니다. 손익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 무엇에 들어 있는지 모르는 상태가 가장 위험합니다.
DB형이라면 — 확인할 것은 운용이 아니라 근속과 임금입니다. 급여 산정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과 근속기간이 정확히 기록되어 있는지 인사 부서에서 확인해 두세요.
본인 유형을 모르겠다면 — 위 확인 순서 1번과 2번을 오늘 하세요. 상품을 고른 적이 있는지 떠올려 보고, 애매하면 인사 부서에 한 줄 물어보면 끝납니다.
차이를 한 문장으로 좁히면 이렇게 됩니다. DB형은 회사가 결과를 책임지는 대신 내가 개입할 여지가 없고, DC형은 내가 개입할 수 있는 대신 결과도 내 몫입니다. 어느 쪽이 좋다기보다, 내 제도가 어느 쪽인지 알아야 무엇을 신경 써야 할지가 정해집니다.
근거 자료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2조 제8호·제9호(정의), 제19조(확정기여형 부담금), 제24조(개인형퇴직연금)
-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 퇴직급여제도, 퇴직연금의 종류
-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확인일 2026년 7월 19일)
이 글은 일반 정보 제공이며 특정 상품 가입이나 운용 방법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본인의 제도 유형과 급여 산정은 회사 퇴직연금 규약과 해당 금융회사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작성: jn 블룸 편집부 · 일반 정보이며, 중요한 결정 전에는 해당 기관 공식 안내를 확인하세요.
본 글은 의료·법률·투자 자문이 아니며, 개인 상황에 맞는 판단은 전문가와 상담하세요.
함께 보면 좋은 글
답글 남기기